[ICT산업, 갈 길 멀다] ① 구호만 거창한 '디지털 경제'..글로벌 톱100엔 삼성 뿐

김정태 기자 승인 2020.08.17 02:38 | 최종 수정 2020.08.17 02:44 의견 0
  17일 한국, 미국, 중국 등 글로벌 증시 상위 5개 ICT 기업들의 시가총액 총합계에서 국가별 기업의 가치 차이가 극명한 것으로 분석된다. (자료=디지털머니)

전세계의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시기를 더욱 앞당기고 있다. 앞으로 제조업 중심의 우리나라가 성장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이유다. 개별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의 육성은 물론, 기존 제조업과 IT 분야 간 융·복합 비즈니스는 향후 글로벌 경쟁에서 필수적이다. 이에 본지는 현재 우리나라 ICT 산업의 시사점과 향후 과제에 대해 3회로 나눠 집중 분석한다. (편집자 주)

[디지털머니=김성원 기자]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ICT 분야에서 산업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는 주장은 지난 2016년 스위스 다보스포럼을 통해 전세계로 확산됐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개별 기업의 ICT 활용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낮은 편이다. 

실례로 자타가 인정하는 'IT 강국' 한국의 시가총액 기준 상위 5개 ICT 기업의 가치는 미국, 중국 기업들에 비해 각각 15분의 1, 4분의1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은 글로벌 톱100 ICT기업에 미국은 57개, 중국 12개, 일본 11개인데 비해 한국은 삼성전자 단 1개라고 집계했다. 거창한 구호에 비해 초라한 자화상이라는게 업계의 자조적인 평가다.

■ 전경련 "우리 경제의 디지털화는 주요국에 비해 느려"

17일 전경련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미국, 중국 등 주요국 증권시장 시가총액(시총) 상위 5개 ICT 기업의 변화와 우리 기업의 현실을 비교, 분석해 보면 결론은 자명하다. 한국 주요 디지털기업들의 시총 증가세가 상대적으로 느리고 그 규모도 현저히 작았다. 일부 근거없는 낙관론에 비해 기업들의 체감상 글로벌 무대로 나아가기에는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전경련 김봉만 국제협력실장은 “시총을 통해 알 수 있는 기업 가치는 실제 시장이 바라보는 향후 전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우리 기업, 더 나아가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 할 미래 향방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지난 5월 카카오의 시총 톱 10 진입이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등 제조업 중심의 한국경제가 디지털 이코노미로의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 경제의 디지털화는 주요국가에 비해 속도가 느린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전경련의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 미국, 중국 증시 상위 5개 ICT기업들의 시가총액 총합계에서 국가별 기업의 가치 차이가 극명하다. 미국은 5개 기업의 시총 합이 약 8092조원으로 그 규모는 대한민국 정부의 올해 본예산(512조원)보다 16배에 달한다. 중국은 약 2211조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한국 톱5 ICT기업의 시총 합은 약 530조원으로, 미국의15분의 1, 중국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특히 글로벌 시총 기준 상위 100대 ICT 기업 명단에서 한국의 위상은 초라했다. 먼저 가장 많은 수의 기업을 보유한 국가는 애플, 넷플릭스, 테슬라 등 글로벌 스타기업을 보유한 미국으로 57개사였다. 중국 역시 대표 기업인 알리바바를 포함한 12개사, 일본과 유럽의 경우 각각 11개, 10개사가 순위에 꼽혔다. 떠오르는 ICT 강국 인도 역시 3개사가 순위에 이름을 올린 데 비해, 한국은 단 1개의 기업(삼성전자, 11위)만이 랭크됐다. ICT 강국이라 불리는 한국의 글로벌 시장 지분율이 단 1%인 것이다.

■ 한국 개별 기업 ICT 활용도, OECD 국가 평균보다 낮아

OECD의 국가별 사업체의 ICT 접근과 활용 정도 조사에서도 한국 기업의 ICT 활용 정도는 OECD 평균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한국 기업의 ICT 활용이 부진한 분야는 기업의 온라인 거래(발주, 수주), 클라우드 이용, 빅데이터 분석 수행, ICT를 활용한 고객ㆍ공급망 관리 등이다.

국내 클라우드 분야 시장은 세계 시장 규모의 1% 정도에 불과하고, 향후 고성장 예상되지만 이미 해외 글로벌 기업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상태다.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은 약 243조원(가트너,2019년)이며, 글로벌 톱3 기업(아마존, MS, 구글)이 시장을 시장점유율 57%(정보통신산업진흥원, 2019년)를 차지한다. 이미 해외 글로벌 기업이 국내 시장 선점해 2018년 기준 글로벌 기업의 국내 점유율은 67%에 달하며, 3개 세부 분야 모두 외국 기업이 점유율 1위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세계 시장 규모의 1%(2.3조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향후 두 자릿수의 성장률이 예상(2016~2021년 연평균 14.8%, 정보통신산업진흥원, 2019년)되는 유망산업이다.

해외 글로벌 기업이 잇따라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개소하고,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클라우드 등 신규 사업을 적극 확대하는 등 국내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각축전도 치열하다. 이들 기업은 디지털 플랫폼에서의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클라우드 등 신규 사업을 적극 확대중이다.

현재 국내 분야별 플랫폼 시장도 글로벌 외국 기업에게 점령 당하고 있다. 업계는 디지털 기반 플랫폼 기업이 향후 10년 간 글로벌 GDP 중 신규 부가가치의 70%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WEF)한다. 외국기업들이 선점한 가는 동안 비교적 경쟁력 있는 국내 플랫폼 기업은 전혀 맥을 못추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 한국을 대표하는 빅 ICT 2개사의 시총은 약 83조원으로 중국의 전자상거래업체 징둥닷컴 1개사의 시총 120조원에도 크게 미치지 못한다. 해외매출 비중은 네이버 30%대이며, 카카오는 공식 통계마저 없는 실정이다. 

전경련 김봉만 실장은 “IT강국 코리아가 글로벌 디지털 경제에서 그 위상을 이어가려면 디지털 혁신과 기존 산업과의 결합을 위한 창의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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